로렌초 로토의 '수산나와 장로들'

여성의 용기와 정의를 담은 걸작

1517년, 로렌초 로토는 그의 예술적 정점에서 '수산나와 장로들'을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베르가모에 머물던 시기에 제작되었으며, 그림의 왼쪽 하단에 적힌 'LOTUS PICTOR 1517'이라는 서명이 이를 명확히 증명합니다. 현재 이 작품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성경 속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묘사로 재현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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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속 수산나 이야기의 재해석

이 작품은 구약성경 다니엘서 13장에 등장하는 수산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수산나는 아름답고 정숙한 유대인 요아킴의 아내로, 정원에서 목욕을 하던 중 두 장로에게 협박을 받습니다. 장로들은 그녀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간통죄로 몰아세우겠다고 위협하지만, 수산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며 이를 거부합니다. 이후 예언자 다니엘이 두 장로를 심문해 그들의 거짓말을 밝혀내고, 수산나의 결백이 증명됩니다.

로토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그림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산나의 결단력과 도덕적 용기를 강조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수산나의 자세와 상징적 표현

작품 속 수산나는 고대 조각 웅크린 비너스를 연상시키는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 손을 뻗어 장로들을 물리치는 듯한 강렬한 제스처를 취하며, 두루마리에 적힌 라틴어 문구 "Satius duco mori, quam peccare" (나는 죄를 짓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를 통해 그녀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반면, 장로들은 또 다른 두루마리에 거짓 증언을 적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작품의 배경에는 성벽과 넓게 펼쳐진 풍경이 자리 잡고 있으며, 멀리서 수산나가 정원으로 들어가는 초기 장면도 함께 묘사되어 이야기에 시간적 흐름과 깊이를 더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로토의 독창성을 보여줍니다.

16세기 이탈리아 복식과 세밀한 디테일

수산나의 옷차림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생생히 표현되었으며, 16세기 이탈리아 여성 복식을 세밀히 보여줍니다. 흰 셔츠, 노란 치마, 붉은 드레스가 층층이 겹쳐져 있고 초록색 스타킹과 굽 없는 신발까지 묘사된 모습은 당시 유행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러한 복식 표현은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여성의 덕성과 정의를 찬미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빛과 색채로 완성된 서정적 분위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영향을 받은 로렌초 로토는 빛과 색채를 활용해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부드러운 색조와 섬세한 명암 대비는 수산나의 순수함과 장로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대조시키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여성의 용기와 정의를 기리는 작품

'수산나와 장로들'은 단순히 성경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용기와 도덕적 결단력을 기리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로토는 아름다운 구성과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당시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했던 부당함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며, 정의와 용기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